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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태어나서 한번이라도 한 계절을 안 아프고 지나갔던 적이 있었나 싶다.

기억도 희미한 아주 어릴 때야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초등학교들어갈 때부터 난 삐쩍 마르고 키가 멀대같이 컸던 그런 아이였다. 6학년 신체검사에서 내 키는 163.5, 몸무게는 42.5. 당시 담임보다 내가 더 컸었고 초등학교 졸업할 때 키가 이미 167정도였으니까 나 스스로 180정도는 당연히 클거라고 미리 걱정까지 했더랬다. 그러더니 중학교 올라가서는 키가 안컸다. 지금 내 키가 171 정도니까 13삻때부터 28살인 지금까지 고작 4센티미터정도가 큰거다.

 

중 고등학교때도 몸무게 상으로는 참 마른편이었는데 유난히 팔다리가 튼튼해 보이는 체형 때문에 억울할 적도 많았다. 언젠가 여성지에서 고현정의 키와 몸무게를 보고 나와 비슷한데 왜 내 몸은 저렇게 안 이뻐 보일까.. 궁금했던 적도 있었다. 대학다닐시절도, 왠만한 키와 몸무게만 대면 모델 프로파일 (요즘 모델들은 175가 넘는게 기본이지만 나 대학다닐때만 해도 내 키정도면 일반인 정도면 큰편이었고 나 정도 되는 모델들도 꽤 있었다.) 수준인데 막상 나 스스로 보이는 건 그정도가 아니여서 스스로 아리송 했더랬다. 참고로 난 작년까지 한번도 배가 나왔던 적이 없었던, 하지만 얼굴은 제법 통통하고 팔다리가 몸에 비해 살이 붙어있는.. 그런 몸매였다.

 

물론 살을 빼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고, 건강 때문에 운동은 제법 꾸준히 한 편이었다. 초등학교를 들어간 이후, 단 한 학기도 아프지 않고 넘어간 적이 없다. 늘 몸살에 툭하면 탈이났던 나는.. 자주 신경성 이라는 진단을 받기도 했다. 심지어 6학년때는 시험보다가 쓰러진 적도 있었다. 시험보는날 까지 심한 몸살에 열까지 펄펄 끓어서 공부를 제대로 못했는데 반장까지 하면서 시험 못보면 너무 창피하니까 다가올 수치심에 벌벌 떨다가 1교시 셤 보면서 쓰러진거다. 당시 난 13반 반장이었는데 2반 남자 선생님이 와서 업고 양호실까지 왔단다. 기억은 안나지만 암튼 깨보니까 3교시가 지나있었다. 그렇게 난 늘 예민하고 약했던.. 하지만 보이기에는 튼튼해 보여서 사람들이 아픈걸 잘 모르는.. 그런 아이었다.

 

대학때도, 유학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종합병원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만큼 늘 아팠고 미국와서도 한 학기에 2-3번 정도는 너무 많이 아팠다. 아프면서도 공부는 해야하니까 쉬지도 못하고.. 그렇게 덜덜 대면서 도서관에서 나오는데 한번은 세상이 내 앞에서 빙빙 돌더라.. 공부하다 죽는다는게 이런건가.. 하는 생각에 서럽기도 하고 힘들어서 엉엉 울면서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간적도 있었다.

 

결혼하고 나 혼자 필라에서 사는 동안도 마찬가지였다. 늘 힘들었고, 아팠다. 공부가 버거웠다. 그런데 지난학기, 그니까 오빠와 함께 산지 일년이 채 안된 지난학기.. 내 기억에는 처음으로 큰 병치레 없이 한 학기가 지나갔다. 오빠오고나서 내 맘이 너무 편해진거다. 공부도 더 잘 되고 그냥 모든게 편안했다. 오빠 진로문제가 우리가 기대한 대로 바로바로 해결되진 않았지만 10년뒤의 일까지 미리 걱정하던 평소의 나 답지 않게 그냥 다 잘 될거라는 확신에 그냥 마음이 편안했다. 오빠와 함께하는 순간순간이 행복했고 내 인생에 이렇게 두리뭉실하게, 스트레스 안받고 공부한 적이 있었나 싶을만큼 공부도 너무 쉽게 느껴졌다. 공부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컴퓨터와 요리로 푸는 울 신랑님의 일취월장하는 요리실력덕분에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었다. 요즘은 울 신랑, 아침마다 도시락까지 싼다. 덕분에 엥겔지수 100 수준의 우리집 생활비가 많이 절약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엥겔지수 100이다.)

 

그렇게 너무 맘이 편해서였을까?

살이 무려 12kg 이나 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배에 살도 조금 붙었고 예전부터 튼튼하던 팔다리는 거의 우람한 수준까지 되버렸다. 부부는 닮는다더니 결혼하기전에는 30kg 도 넘게 차이나던 울 오빠와 내 몸무게가 (울 오빠는 보기보다 많이 나가고 난 보기보다 적게 나가는 스타일..) 이젠 20kg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난다. (참고로 키는 5cm 차이)

오랜만에 이메일 보낸 친구는 싸이에서 보니 내 얼굴에 살이 올랐다고 이메일에 썼고, 한국에서부터 날 봐었던 이곳에 있는 언니는 나보고 한국에 가기 전에는 꼭 살을 빼라고 한다. 미국에선 보기 좋지만 한국에선 안된다고.. 오빠와 내가 자주가는 한국음식 파는 푸드트럭 아저씨는 아무렇지도 않고 왜 이리 살이 많이 쪘냐며 놀리신다.

 

솔직히 짜증난다.

태어나서 이런 대접 받아본 적이 없다가 갑자기 통통한 사람 취급을 받는 것도 화가나고 미국애들은 다들 보기좋다고 그러는데 한국 사람들만 삐쩍 마른 수수깡 몸매를 기준으로 사람들에게 살이 쪘느니 빠쪘는니, 더 빼라느니.. 참견이 많은지 모르겠다.

 

솔직히 예전에는 이쁘다는 말도 많이 듣다가 요즘에는 만나는 사람마다 살이 쪘다고 하니까 적응도 안되고 아직도 다른사람 이야기 하는 거 같다.

 

하지만 중요한건..

살이 쪄서 몸이 힘든게 아니라.. 내가 너무 건강하게 됬다는 거다. 요즘 오빠랑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고 간식도 혼자 살때보다 더 적게 먹고, 식사도 더 건강하게 균형잡힌 식단으로 하는데 왜 이렇게 계속 살이 찔까.. 이해가 안되다가 내린 내 결론은 스트레스이다. 전에는 내 특유의 예민함 때문에 늘 날카로웠고, 스트레스가 머리 끝까지 발끝까지 지배할 때여서 그렇게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쪘지만.. 이젠 편안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으니 다 영양분으로 흡수되고 몸도 건강해 진거다. 거기다 울 어머님 아버님이 좋은 한약도 수시로 보내주셔서 내 몸의 회복이 더욱 빨라진거 같다.

 

솔직히 뚱뚱한 정도까지 간것도 아니고.. 나 스스로 이정도면 아직까지는 보기 좋은 수준인거 같고.. 거기에다 공부하면서 느끼는 체력도 전보다 몇배나 더 좋아졌고.. 아프지도 않고.. 행복하니까 그냥 이 상태가 참 좋다.

종합시험 끝내고 Proposal Defense 하고 나서 내년 가을즈음에는 임신해서 내후년에는 아기를 낳고 싶다는게 우리의 2세 계획인데.. 배에 살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푹 들어갔던 예전보다 오히려 지금의 몸이 우리 아기가 지내기에는 더 좋은 상태일 거 같아 감사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주위에서 참견하는 사람들 때문에 짜증이 난다. 이번 겨울에는 오빠 비자문제로 한국에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한국 들어가서 괜히 살쪘다고 한마디씩 할 참견많은 주위 사람들 생각하면  그냥 식구들만 만나고 돌아와 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유난히 요즘들어 사람들이 내 몸갖고 이렇다 저렇다, 살 빼라 등등 참견하는 인간들 때문에 너무 속상해 할때마다 오빠는 지금이 가장 이쁘다고, 삐쩍 말랐을 때 보다 건강한 지금이 훨씬 더 이쁘고 좋다고 말해주면서 꼬옥 안아준다. .. 이사람의 자상함과 넓은 마음이 나로 하여금 12 kg 이나 찌게했지만, 결국 이 사람의 이런 사랑과 마음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이 내 삶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계속 느끼면서 살고 있으니.. 어쩌겠는가.. 할수 없지..

 

이번 방학동안 열심히 운동해서 오빠는 3kg 2 kg 정도를 뺐다. 그냥 앞으로도 이렇게 건강하게 먹으면서 운동하면서.. 튼튼한 몸으로 공부하고 오빠와 이쁘게 살아야 겠다. 남의 몸까지 참견하며 이래라 저래라 하는 사람들은 가급적 무시하면서 (내 성격에 될까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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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에 대한 욕구는 삶에 대한 애정이 있을 때만 가능한 것... 남기고 싶은 순간들이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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