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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 해당하는 글(1)
2010.07.10   싱가폴 다녀와서...


싱가폴 다녀와서...

1.
템플대학이라고 적힌 이름표를 마지막으로 목에 건 학회였다. 즉 학생신분으로서 마지막으로 참석한 학회.
그 학회에서 Top Student Paper Award 를 받았다. 음하하하! 이렇게 마무리 하게 되서 넘 좋다. (그래.. 이건 자랑이다.)

2.
논문 끝내고 한없이 쳐질 수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시기에 다녀온 학회였다. 정신없는 도중에 가야 해서 정말 가기 싫었는데, 정말 잘 다녀왔다. 미디어리터러시 학회가 아닌, 이렇게 큰 학회에서 이정도로 학자들과 활발하게 학문적인 교류를 한 적도 없었던 거 같다. 연구에 대한 열정이 불끈! 솟아올랐다. 이 마음을 잘 이어가야 할텐데...

3.
12월에 동부에서 서부로 왔고 이제 또 중부로 이사간다. 이사가는게 이젠 많이 지겹고 한곳에 정착하고 싶었다.
시카고 가게 되서 넘 행복했고 지금도 꿈만 같다.
하지만 이번에 싱가폴에서 느낀건데,
이 넓은 세상에서 다른 곳으로 갈 여지를 남겨두지않고 한곳에서 자리잡고 산다는것에 대한 아쉬움이 살짝 생겼다.
인생은 짧고 세상은 넓은데, 단순한 여행이 아닌, 이곳저곳에서 살아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3-5년정도...
모든 곳에서 살아볼 순 없지만 그래도 그 곳들을 여행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걸까? 오빠도 나도 둘다 은퇴하면 익숙한 곳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과 새로운 곳에서 여행이 아닌, 머무는 삶으로서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서로 막 싸울 거 같다.

4.
싱가폴에 가니,
태국에서의 시간들이 자꾸 생각났다. Leanne 도 내가 여행객이 아닌, 현지인 같다고 계속 놀라와 했는데 태국에서의 내 시간이 그곳에서 현지인 처럼 보이게 한 것 같다.
사실 지난달,17년만에 부모님이 한국으로 들어오셨다. 아빠 직장때문에 온가족이 태국으로 갔던건데 이번에도 직장때문에 한국에 들어오신거다. 처음 태국 갈 때엔 3년만 살다올줄 알았는데 이렇게 오래 살 줄이야.. 정말 이번에 회사일만 아니면  두분은 20년 채우실 뻔 했다. (사실 난 두분이 20년 넘게 사실 줄 알았다.)
솔직히 그동안 오래 살았던 태국보다 여행을 한다면 차라리 딴 나라를 가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싱가폴에 가보니 태국에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난 지금도 내가 청소년 시기를 미국이나 유럽같은 곳이 아닌, 태국에서 보낸 걸 정말 감사하고 있다.
그곳에서 보고 느끼고 배운 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데 큰 영향을 미쳤으니까... 세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큰 영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외국사는 한국 교민들과 한인교회에 대한 철저한 불신도 그 때 생겼음.)
하지만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들었는데,
95년도에 여행했던 싱가폴을 2010년에 다시 가보니 정말 많이 변한 걸 보고
2015년 지나서 죽기전에 태국 한번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았던 태국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 곳의 공기, 바람을 느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2015년도의 태국은 1990년대 중반에 나에게 가르쳐준것과 다른 것들을 알려줄 거 같았다. 

5. 
템플에서 만난 대만친구이자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에서 교수하고 있는 Leanne 과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다.
박사과정할 때와 비교해서 교수의 삶이 훨씬 더 힘들고 고달프다는 걸 다시한번 확인했고,
정신없는 삶에 치여 죽어있던 Leanne의 연애세포를 자극시키고 깨운, 엄청난 성과도 있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이곳에 할 수는 없지만, 암튼 누군가를 알아보고 좋아하게 되고 그로 인해 설레이게 되는건 정말 행복한 일인 거 같다. 그 행복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거 같아 엄청 뿌듯하다!

6.
싱가폴은 영어가 통하는 나라라서 혼자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과 이런저런 깊은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 나라의 정치상황이나 정치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들이 솔직히 많이 불편했다. 하지만 난 그 나라에 손님으로 간 여행객일 뿐이기에 그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나눴지만 내 마음만큼 강하게 생각을 피력하지는 않았다. 지금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이 문제를 느끼고 바꿔야 겠다고 생각한다면 모를까, 손님에 불과한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한국에 대해서도, 내가 점점 손님이 되어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더이상 한국에 그리운 것도, 보고싶은 것도 없는 나로서는 여전히 뉴스를 보고 흥분하고 마음아파하지만 (태어나서 누군가를 이렇게 증오해본 건 처음...) 그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들에 대해 점점 거리가 느껴진다. 구경꾼 혹은 손님이 되어가는 기분..

7.
꼭 가야 할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싱가폴엔 다시 가지 않을 거 같다.
즐거웠고 재밌었고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2번이나 가본 싱가폴 보단 아직 보지못한 다른 나라들을 체험하고 싶기 때문이다.
다시 싱가폴을 가보고 싶진 않지만 이곳저곳 여행하고 싶다는 내마음에 불을 확실히 붙여준, 가슴벅찬 여행이었다. 한국에선 그리 멀지도 않고 영어가 잘 통하니 정말 강력하게 추천하는 여행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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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에 대한 욕구는 삶에 대한 애정이 있을 때만 가능한 것... 남기고 싶은 순간들이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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