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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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운 미국...

마침내 오바마가 대통령이 됐다.
투표권도 없는 이 남의 나라에서 내가 원하는 후보의 당선소식이 기쁨을 넘어 감격으로 이어지는 건, 지금 말도 안되게 돌아가고 있는 한국의 모습때문일 것이다.

지난 겨울과 여름, 오빠 비자랑 내 논문자료수집때문에 한국 갔을 때 느낀건... 내가 과연 한국이란 땅에서 살 수 있을 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상식이 통하지 않고, 이기적이고, 약자를 함부로 무시하고, 도덕적인 기준도 없고... 이 모든 것들이 단순히 이명박이나 쇠고기 문제, 남북문제, 교육문제 자체에 대한 것만도 아니었고 그런 주제들에 대한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느낀 좌절감만도 아니었다. 일상 생활에서...그니까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길을 걸어다니며 만난 일상 보통 사람들에게 느낀 처절한 좌절이었다. 사람들의 비상식적인 행동들을 이제는 더이상 참기 힘들었다. 젊은 여자가 살아가기에 버거운 한국이라는 땅에 염증이 났고... 그 땅에서 사람들 만나는 게 괴로웠고...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삶의 모습에 대한 강한 향수가 생겼다.  빨리 미국에 돌아오고 싶어 미칠 거 같았다. 촛불은 나를 위로했지만 그 외의 모든 대한민국의 모습은 나로 하여금 분노하게 했다.

꼭 미국이 아니라도 한국만 아니라면 어디에서든 살 수 있을 거 같았다. 한국에 있는 동안, 정말 홧병이 나서 살 수가 없었다. 처음 공부를 하겠다고 맘 먹은 건 북한에서 미디어 교육하고 싶어서 였지만 한국에서도 뭔가 할 수 있는 있기를 바랬다.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만드는, 그런 학자이고 싶었고 선생님이고 싶었다. 하지만 일단 나부터 살고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한국에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누군가 목을 죄고 있는 거 같았다. 할머니께선 다른 독재 정치가들을 얘기하시며 세상이 좋아졌다고 하신다. 하지만 차라리 트럭을 끌고 쿠데타를  일으킨 거면 다른 운동이라도 하며 사회변혁을 꿈 꿀수나 있지... 대한민국 국민들이 직접 투표해서 그런 대통령을 뽑았다는 거가 더 절망스럽고 기가 찼다. 게다가 정치만 문제인줄 알았더니 일상 생활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무지막지한 언행들은 이미 가중되어 있던 피로와 절망을 더 크게 느끼게 했다.

원래 신랑과는 이명박 대통령 하는 동안만 한국 들어가지 말자고 했는데 그건 단순히 이명박 문제가 아니더라. 솔직히 지금으로선 영원히 한국 들어가지 않고도 살 수 있을 거 같다. 당장 이번 겨울, 동생 결혼과 논문2차자료를 위해 들어가야 하는게 기다려지기 보다는 오히려 더 큰 부담이다. 이번만 들어가고 앞으로 가지 말자... 신랑과 다짐에 다짐을 하고 있다.
도대체 어디서 부터 잘못된 걸까?

한국에 대해 한국의 어설픈학자들 보다 더 많이 아시는 Lent 교수님께 한국 다녀와서 "휴.. 한국에 있는 동안 한국이라는 나라가 날 참 힘들게 했어요" 라고 했더니 교수님이 그러시더군.. "충분히 그러겠지. 니네 대통령이랑 부시랑 친구인데 당연하지 않겠어?"
Renee Hobbs 교수님은 "우린 그걸 8년이나 겪고 있잖니. 지금 너의 마음 충분히 알아" 라고 하시며 위로해 주셨다.

오바마가 떨어지면 더이상 참을 수 없다며, 캐나다로 가겠다는 미국 친구들이 제법 있었는데, 다시 자신의 나라에 대해 긍지와 자신감을 갖게 된 그들이 너무 부럽다. 나에게는 내 나라에 대한 그런 긍지와 자신감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 여러 불편함과 차별이 존재하는 이방인으로서의 현재 삶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할 정도로... 

암튼 당분간은 가슴벅찬 기대감에 제법 행복할 거 같다. 내가 이런말 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미국 사람들아 고맙다! 이렇게 훌륭한결정을 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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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에 대한 욕구는 삶에 대한 애정이 있을 때만 가능한 것... 남기고 싶은 순간들이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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