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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찬란한 순간...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아직 모르는 사람들은 모르는 소식인데,

지금 난 캘리포니아 남쪽에서 살고 있고, 7월달 즈음에 시카고로 가게 된다. 다행히 남편 회사가 시카고에 지사가 있어 조만간 남편도 올 수 있을 거 같다.

지난 토요일에 교수님들께 논문 보내고, 바로 오빠 시카고 출장에 따라왔다. 놀러온거였음 얼마나 좋겠냐만은 집을 구하기 위한 동네 탐방! 근데 난 Southwest 마일리지로 비행기 표를 사고 오빤 회사에서 끊어주는대로 오다보니 따로 오게 됬다.

오빠가 먼저 도착해 있던 시카고로 그렇게 비행기 타고 혼자 가는데,
오빠가 그렇게 보고 싶을 수가 없는거다.
아침에 공항에도 같이 왔고, 이제 곧 볼 사람인데,
한참 못 본 사람처럼 막 그립고 보고싶고... 가슴이 터질 거 같았다.

생각해보면 결혼전까지 연애도 꾸준히 했고, 누군가를 짝사랑도 몇번 했었고, 고백도 많이 받아봤고, 어떤 사람이 나를 좋아했었다는 걸 시간이 흘러 알게 된 적도 있었고, 서로 좋아한다는 걸 알면서도 서로 말못하던 그런 적도 있었고...  암튼 연애 사랑 이쪽으론 나도 남들 하는만큼 다 해보고 결혼했는데,

결혼 5년차에서 6년차로 넘어가는 지금 이 순간만큼 이렇게 뜨거운 사랑을 받아본 적도 없고 이렇게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해 본적도 없다.

결혼 하고 나서, 아.. 결혼이란게 이렇게 서로를 깊이 끝까지 사랑할 수 있게 하는거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내가 생각했던 가장 깊은 사랑이, 가장 깊은게 아니었다는 걸 느낀다. 1년, 2년, 3년, 4년.그리고 5년... 오빠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오빠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 좋아지고 사랑하게 된다. 난 정말 진심으로 내 남편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20대 후반, 이 사람과 함께 학교다니면서 아침에 같이 학교가고 각자 수업 미팅 등등 일 있을 때만 잠깐 떨어져 있다가 또 다시 붙어서 점심같이 먹고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하고 또 저녁 같이 먹고.. 같이 집에 가고.. 이렇게 사는 내 삶이 내 인생에 최고로 행복한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오빠가 취업이 되고, 또 다른 도시에 내가 가야 할 길이 정해지면서 아.. 이렇게 좋았던 시간도 끝이구나, 나의 30대는 20대 보다는 우울할거야.. 하고 생각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때보다 더 행복하고 더 감사하고 더 벅차다. 결혼이란게 원래 하고 몇년 지나면 시시해 지는 건줄 알았는데, 시간이 흐를 수록 더 좋으니, 어서 시간이 더 흘렀으면 하는 바보같은 생각도 든다.

이번이 시카고 4번째 방문이었는데 5월이라는 게 느껴지지 않을만큼 미친 날씨와 필라델피아에서의 악몽인 비둘기들이 필리에서처럼 전철역 안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시카고에 정이 갔다. 내가 살곳이라 생각해서 그런건지, 캘리포니아 떠나는 건 아쉽지만 이정도면 기대 이상!

시카고에 살고 있는 성애언니의 도움과 인터넷 서치로 찾아낸 동네들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에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운 그 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또 들었다. 도시의 공기와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가슴이 벌렁거리는 거 같았다. 미국이란 큰 나라에서 동쪽에서 서쪽끝으로 옮긴 후 반년만에 또 중부로 간다는 건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시카고가 나를 품어주는 거 같이 느껴져서 너무 좋았다.

이제 곧 난 시카고로 갈거고, 잘 되면 오빠도 함께 옮길 것이고, 아니면 잠시 후에 올 것이다. (그리 먼 미래는 아닐 듯.)
그렇게 또 시카고에서 우리의 가장 찬란한 삶을 이어가겠지.  오빠랑 템플에서 학교다닐 때엔 그 순간이 영원히 오지 않을 가장 행복한 순간 같아서 눈물도 나고 시간이 흐르지 않기를 바랬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 이 사람과 함께 하면 언제나 나에겐 어제보다 더 행복한 찬란한 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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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에 대한 욕구는 삶에 대한 애정이 있을 때만 가능한 것... 남기고 싶은 순간들이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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