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때문에 지금 Pittsburgh 에 있다.
지금즈음이면 프로포잘 다 끝났을 줄 알고 와서 푹 쉬려고 기말때문에 오빠가 함께 오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이틀 밤이나 머물 계획을 몇달전에 세웠더랬다. 호텔 비행기 다 그렇게 예약했는데..
교수님들께서 이렇게 마지막까지 쓸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시다니... (원래 내가 계획한 날짜에 defense 하려면 벌써 draft 가 나와서 교수님 feedback 받고 final 쓰고 있어야 한다.) 사실 내가 얼마나 무모한 계획을 세웠었는지 지금 돌아보니 알듯 하다..
아직 프로포잘을 한참 더 써야 하기에 (첫 draft 를 7일까지 지도교수님께 드리기로 함), 오면서 고민을 했다. 첫날밤은 학회준비하고, 그담날 발표하고 그리고 뭐할까? 호텔에서 프로포잘을 써야 하나? 아님 그냥 원래 계획대로 휴식???
비행기안에서 고민을 좀 많이 했는데, 종합시험도 끝났고, 패스 했다는 결과도 나왔고, 지금까지 주욱 달려왔는데 반나절 정도는 나 하고 싶은거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 오후, Carneigie Science Center 와 The Andy Warhol Museum 에 다녀왔다. 원래는 The Andy Warhol Museum 에만 가려고 했는데 금요일에 5-10 PM 에 가면 가격이 절반이라고 해서 (거기다 난 대학교 학생증이 있어서 더 할인받았다. 딱 4불 냈음) 오후에는 Carneigie Science Center에, 저녁 먹고 나선 The Andy Warhol Museum 에 갔다.
혼자 이렇게 돌아다닌게 참 오랜만인데, 바로 어제까지 계속 붙어 있던 오빠가 참 보고싶더라..
그리고 음악을 들으면서 많이 걸었는데 낯선 곳도 익숙한 음악을 들으며 다니니 처음와본 피츠버그가 참 익숙한 곳인듯 느껴졌다. 음악속에는 시공간을 초월해 마음속 깊이 울림을 주는, 놀라운 힘이 있다.
Carneigie Science Center 도 재미있었지만 Andy Warhol Museum 이 특히 좋았다. 이 사람이 뉴욕에서 워낙 유명하게 활동해서 몰랐는데 오늘 보니 피츠버그에서 태어났더군. 대학도 카네기 공대 나오고.. 사실 뉴욕 구겐하임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계신 오빠 사촌누나인 민정언니 덕분에 작년 여름에 구겐하임 간 이후 한번도 전시회며 박물관이며 가보지를 못해서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앤디 워홀 박물관있다는게 가슴이 떨릴 만큼 좋았는데..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앤디 워홀 작품 뿐 아니라 그의 감각을 물려받은 듯한 다른 작가들의 좋은 작품들도 많아서 더더욱 좋았다.
사실 앤디 워홀이 원래 그렇게 좋아하던 아티스트는 아니었지만 그냥 지나칠 법도 한 일상의 여러가지 모습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잡아낸 그의 작품들을 보면서, 내 삶을 그리고 우리 가정을 좀더 가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목표만 보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삶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좀더 많이 누리고 깊이 느끼는.. 하루하루를 fully grasp 하는 그런 삶 말이다.
단 하루도 허투루 그냥 보내지 않고 그 속에서 내가 경험하고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으로 받아들이고 싶고 또 그런 과정속에서 쑥쑥 자라고 싶다. 꼭 무슨 작품으로 표현되야만 삶이 예술이 되는 건 아닐 것이다. 삶 속에서 아름답고 좋은 것들을 깊이 누리고 그 순간순간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감정과 생각들에 집중하고 또 그 감정과 생각들이 건강하게 삶속에서 표현되도록 한다면, 그게 바로 예술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