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한국에서 돈 쓴걸 계산해보니 내 한약이랑 책값으로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갔더라. 한약의 경우 엄마가 몇번 내주셨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계산한 것만 더해도 엄청난 돈이었고, 한약먹은면서 쓴 돈보다 책 사느라 쓴 돈이 더 컸는데... 문제는 책 사는 건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들었는데 한약은 갑자기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던것.
사실 한약이 좋긴 좋구나.. 하고 느낀건... 이번에 한국에서 운동도 거의 안하고, 먹는 건 미국에 있을 때 보다 더 살찌게 많이 먹었는데 3달동안 살이 6kg 이나 빠진거다.
한의사 선생님 말로는 내가 미국에서 살찐게 소화기능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거라고, 건강하게 살찐게 아니라 아파서 찐거기 때문에 약 먹으면 빠질거라고 하셨는데 정말 신기하게 살이 빠지더라. (미국에서 병원갔을 때엔 쌤이 건강하게 살 찐거라고, 살 빼면 안된다고 했었는데 -.-) 미국으로 돌아오기 직전에도 약을 잔뜩 지어서 지금도 먹고 있고 아직도 한참을 더 먹어야 하는데 지금도 꾸준히 살은 빠지고 있다.
또 나에게는 꾸준히 운동하고 때되면 자야 한다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스트레스인데, 바쁜 생활 속에서 저렇게 과연 살 수 있을지... 과연 이렇게 해서 모은돈으로 내가 사고 싶은 책 다 살 수 있고 그 책들 꽂아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곳에 갈 수 있는 날이 올 거란 희망만으로 운동도 하고 잠도 잘 자면서 건강을 챙길 수 있을련지... (지금은 책들을 바닥에 쌓아놓고 산다. 다 꽂아놓을 수가 없어서..) 사실 당장 어제 저녁도 오빠도 수업들어가서 없고 밥 먹기도 귀찮고, 배도 안 고프고 해서 굶었는데.... 게다가 난 머리가 안되서 몸으로 공부하는 스타일인데.. .(즉 머리가 못하는 부분을 몸을 혹사해서 공부...) 과연 몸 사려가면서 제대로 공부할 수 있을까?
암튼 항상 미국에서 한계를 시험하며 버티듯 살다가 한국에서 (혹은 한국에서 보내주신) 한약 먹으면서 체력 회복하고, 또 그렇게 회복한 몸으로 다시 그렇게 한계를 시험하며 사는 게 미국 온 이후의 내 삶이었는데... (2003년 8월에 왔으니 벌써 5년이 지났다) 이젠 20대도 다 지나가고 30대로 넘어가기 직전인데 이렇게 살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이제 겨우 30대 되는데 더 열심히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확실한건 앞으로 평생 한약 먹으면서 살 수는 없다는 것.. 그래서 결국은 그렇게 몸 챙기면서 사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 문제는 언제부터인지... 내 마음속에서는 "나중에.. 좀더 나이들면 챙겨. 지금은 아니야.."라고 계속 속삭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