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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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읽고 느끼고'에 해당하는 글(10)
2010.07.10   불의한 사회체제를 유지하는 힘 1
2010.05.21   닥터를 떠나보내고... 2
2009.11.06   Damien Rice - The Blower's Daughter 1
2009.10.20   Damien Rice - 9 Crimes 2
2009.05.30   광주의 정신, 민주주의의 정신 - 김규항 1
2009.03.28   애국자가 없는 세상
2008.12.22   민주주의 2
2008.09.28   Pom Poko 랑 Office Space...그리고 뜬금없는 2MB 에 대한 잡생각들.. 1
2008.07.24   "우리학교" 2
2007.10.18   다시 살게 된다면 1


불의한 사회체제를 유지하는 힘
불의한 사회체제를 유지하는 더 근본적인 힘은 바로 인민들의 비굴과 무기력이다.
사실 제 아무리 포악하고 강한 사회체제라고 해도 대다수 인민들이 한꺼번에 거부의사를 표시하면
당장이라도 맥없이 무너지게 되어 있다.

<예수전> - 김규항, p. 181


닥터를 떠나보내고...
바로 밑에 남푠 사랑한다고, 울 신랑 최고라고 난리치자마자 딴 남자 사진을 올리긴 좀 그렇지만...

그래도 닥터를 이렇게 보낼 수 없어서...









David Tennant 가 닥터로 나오는 마지막 에피소드를 이제서야 봤다. 애인 떠나보내는 것 처럼 마음이 아프다. (남편 쏘리~ 그래도 서방에겐 요조와 카라가 있잖어~~~~) 

닥터후는 영국의 국민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아주 오래된 SF드라마인데, 시간과 우주를 여행하는 닥터들이 스스로를 리제너레이트하며 다른 닥터들로 바꿔간다.
1963년도에 시작된 드라마로 90년대 중반에 끝냈다가 2005년도에 Christopher Eccleston 로 다시 시작하여 한 시즌을 훌룽하게 마감하고 David Tennant가 시즌 세개나 끌고 갔다. 난 예전건 본적이 없고 Christopher Eccleston  이 닥터로 나온 것 부터 봤다.

사실 실제로 David Tennant가 도나와 함께 이끌어 가던 시즌은 제작년에 끝났고 작년에는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때 특집으로만 나왔는데, 작년 크리스마스가 David Tennant의 마지막회였다.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울 부부 동부에서 서부로 대륙횡단중이었기에 볼 여건이 안되었고, 올 초부터 언제든지 맘 먹으면 볼 수 있었지만, 떨려서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마지막 회를 보고나면 이제 정말 닥터와 작별을 고해야 하니까. 이 다음 닥터인 Matt Smith 가 난 아직도 다음 닥터로 인정이 되질 않는다.

논문 제출하고 나서도 벼르고 벼르고 또 벼르다가
며칠전 봤는데... 아... 정말 너무 슬펐다. 정말 작가들이 David Tennant을 얼마나 좋아했으면 저렇게 멋지게 시즌을 끝내게 해줄까... 마지막에 로즈, 마싸, 도나, 캡틴을 각각 찾아가서 만나는 모습에 정말 가슴이 미어지는 거 같았다. 다우미 오빠도 그러더라. 어쩜 저렇게 끝을 멋있게 끝내주냐고. 아... 도대체 난 David Tennant 가 아닌 닥터를 상상도 할수 없다.


결국 허전한 마음을 달래고자 Doctor Who 의 spin-off 인 토치우드 (Torchwood) 를 보기 시작했다.






시즌 1과 3은 예전에 다 봤는데 시즌 2는 보다 말았었다. 이것도 시즌 4가 안 나올거란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아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다. 토치우드에는 David Tennant  만큼 멋있는 캡틴잭이 나온다.  





죽지 않는 타임 에이전트인 캡틴 잭. (본명은 John Barrowman). 닥터후에 한번 나올 예정이었던 캐릭터였는데 시청자들의 열렬한 반응과 요청에 뒤에도 꾸준히 나왔고 결국 캡틴잭을 주인공으로 한 spin-off 까지 나온거다. 난 볼때마다 탐크루즈가 생각나는데 개인적으로 탐크루즈보다 John Barrowman 이 더 좋다.


실제로 게이인데, 내가 아는 게이들 중 최고로 멋있다. 개인적으로 한국에도 이렇게 멋진 게이배우들이 좀더 수면위로 드러나서 사람들이 게이에 대한 이상한 고정관념을 깰수 있었음 좋겠다.

그나저나 미국에서 토치우드 미국판을 만든다고 해서 엄청 기대중이다. 제작진도 같고 John Barrowman 도 그대로 나올 듯... 미국이라는 설정때문에 이상하게 끌고 갈까봐 걱정이긴 하지만 솔직히 캡틴잭만 계속 나온다면야, 미국이 아니라 그 어느나라에서 만든다고 해도 난 감사할 듯... 가능할 진 모르겠지만 시즌 2와 3에서 그웬과 잭만 남기고 다 죽였는데 토치우드에서 관리하는 외계 기술을 동원해서라도 다른 팀원들 다 살려내고 시즌 1의 구성 그대로 나왔으면 좋겠다. 뭐... 당연히 그렇게 안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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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와 닥터후와 토치우드 볼때마다 했던 이야기인데,

영국드라마는 닥터후와 닥터후 제작진들이 만든 토치우드밖에 보질 않아서 다른 영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인형같이 이쁜 여배우들만 나오는 한국드라마나 여자의 섹시미만 너무 강조되는 미국드라마보다 최소한 닥터후와 토치우드는 정말 옆집에 살 것 같은 제법 평범한 외모의 배우들이 나와서 너무 좋다. 한국이었다면 주인공 친구 아님 언니나 동생 역할로만 나왔을 법한 로즈나 도나가 이렇게 매력적으로 나올 수 있다니... 정말 제작진들의 가치관이 너무 바르다고밖에... 그!러!나!

Matt Smith 가 다음 닥터인건, 시청자를 배려 안해줘도 너무 안해준거 같다 -.- 에효... 43살의 캡틴잭이나 39의 David Tennant 보다 더 늙어보이는 27살 닥터라니....  이번 닥터도 계속 보면 좋아질까?


Damien Rice - The Blower's Daughter




9 Crimes 보다 원래 더 좋아하던 곡...

이 세상은 정말 뭐같이 돌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옆에 있는 짝꿍과 음악덕분에 위로받으며 버티고 있다.
하나님께로 부터 위로를 받아야 한다고들 하지만... 하나님께서 나를 위로해 주시려고 오빠와 음악을 주신듯... ^^

아.. 음악이 없었다면 이 지독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갔을지.. 생각만해도 끔찍...

하나님, 이 세상에 음악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Damien Rice - 9 Crimes





난 음악의 경우, 한번 꽂히면 계속 오토리버스 수준으로 한곡만 반복해서 듣는데, (그래서 가끔 신랑이 "오토리버스 윤지원 선생"이라고 놀리기도 한다. 차에서건 집에서건 몇십번을 반복해서 들으니... 오빠와 함께 있을 때 듣는게 몇십번 정도이고 나 혼자서 듣는 것 까지 하면 정말 몇백번 이상은 듣는 수준... )

요즘 완전 꽂혀서 머리속에서 맴도는 노래... 어제 밤에 자려고 누웠다가 갑자기 이 노래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부르기 시작해서 오빠가 깜짝 놀라기도 했다는... ㅎㅎ 

지금도 계속 반복해서 듣고 있는데 가슴이 막 뭉클해진다. 그런데 가사가 너무 슬프고 우울하다. 차라리 가사를 못알아들었으면 이 곡의 멜로디, 느낌, 가수의 voice color 만으로도 곡을 충분히 즐겼을 텐데... 차라리 이노래가 전혀 모르는 불어였으면 더 좋았을 것을... 처절한 가사때문에 더 가라앉는듯... 하지만.. 그래도 좋다~



광주의 정신, 민주주의의 정신 - 김규항
이건희.. 무죄 확정...
니들이 그렇지 뭐. 이젠 별로 놀랍지도 않아.

뉴스보다가 얼마전 김규항 블로그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나서 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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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gyuhang.net/entry/광주의-정신-민주주의의-정신

광주의 정신, 민주주의의 정신

 
2005년 5월 18일
연세대 강연


얼굴은 본적이 없지만 이따금 이메일을 교환하는 사람들이 몇 있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이 얼마 전에 광주항쟁에 대해 잘 모르니 알 수 있는 책이나 사이트를 소개해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좀 의외였습니다. 그는 요즘치곤 꽤 반듯한 사회의식을 갖고 있는 대학생인데 어떻게 광주를 모를까 싶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럴 법도 했습니다. 지금 대학생이면 1980년엔 태어나지도 않았거나 어린아이였으니 말입니다. 당시 고3이었고 청년 시절 내내 광주를 품고 살았던 저희 세대와는 다를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저와 비슷한 세대이면서 광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사태”라고 할 때는 “사태”인 줄 알고 “항쟁”이라고 하니 “항쟁”인 줄 아는 그런 사람들이지요.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무식하다’고 합니다. 유식하다 무식하다는 제도교육 학력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사회의 한 성원으로서 알아야 할 최소한의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 그래서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볼 줄 모르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무식한 사람입니다. 한국 사회는 갈수록 그런 무식한 사람들로 가득 차고 있습니다.

하여튼 광주는 25년이 되었고 다른 모든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현실 속의 사건이 아니라 역사 속의 사건이 되어갑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광주항쟁에 대해 잘 모르는 것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당부하고 싶은 건 광주항쟁에 대해 따로 공부를 하라는 겁니다. 광주항쟁을 제대로 모르면서 한국 사회와 역사에 대해 말한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학술적인 책을 사볼 것까진 없고 여러분들 아마도 매일 인터넷에 들어갈 테니 시간을 조금만 헐어서 광주항쟁 관련한 사이트를 찾아보기 바랍니다. 기본적인 것들을 파악할 수 있는 곳은 5.18기념재단도 있고 여럿 있습니다.

광주항쟁이 갖는 역사적 의미는 아주 많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가장 중요한 것은 광주항쟁을 통해 이른바 ‘민주주의’의 뜻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광주 전의 민주화 운동은 반독재 운동, 즉 선거나 개인의 자유 같은 민주주의의 절차를 회복하려는 운동이었습니다. 좀 딱딱하게 말하면 부르주아 민주주의 운동이었지요. 그러나 광주 이후의 민주화운동은 좀 더 근본적이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려는 운동으로 바뀝니다.

그 동기는 미국입니다. 광주가 계엄군이 일시 퇴각하고 해방된 상태이던 80년 5월 24일 미국 항공모함 코럴씨 호가 부산항에 들어왔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자유의 나라 미국이 우리를 구하러 오는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론 신군부의 쿠데타나 계엄군의 작전은 미국의 암묵적인 승인 아래 진행되고 있었죠.

광주를 거치면서 한국의 사회운동은 미국에 대한 자각이 생기는데 이건 미국이라는 일개 나라에 대한 자각을 넘어 미국식 민주주의, 이른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자각으로 발전합니다. 80년 5월 22일부터 닷새 동안의 해방 광주의 모습은 바로 그 진정한 민주주의가 어떤 것인지, 그런 세상이 어떻게 가능한지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광주를 진압한 군사 파시즘은 더 강력한 공포정치에 들어갔지만 그럴수록 저항은 되살아났습니다. 80년대 중반이 채 되기 전에 한국의 사회운동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좇는 부분이 남아있었지만 그 성원의 대부분은 진정한 민주주의를 좇는 변혁적인 성격을 갖게 됩니다.

87년 6월 29일 대통령 당선자 노태우가 민주화와 직선제 개헌을 수용하다는 선언을 함으로써 한국에서 절차적 민주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합니다. 노태우 정권과 김영삼 정권을 거쳐 절차적 민주주의는 계속 정착이 되어 갑니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희한한 일이 벌어집니다. 80년대에 변혁운동을 했던 운동세력의 상당수가 변신하는 것이지요. 진정한 민주주의니 변혁이니 하는 건 다 지나간 일이라는 선언을 하는 것입니다.

여기엔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현실 사회주의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현실 사회주의에 대한 동경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사회주의가 80년대 말 무너지자 그들도 함께 무너지게 되었지요.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그들이 그들 자신을 속이기로 한 것입니다.

절망감에 빠진 많은 청년들이 사회운동을 포기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 사람을 욕할 수는 없습니다. 처음부터 운동 안 했던 사람에 비하면 백배 훌륭한 사람들이지요. 모든 사람이 활동가로 살 수는 없는 것이니 현실적인 삶을 살면서도 얼마든 운동을 지지하고 후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조용히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이력을 사용해서 주류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불거지는 경우는 이른바 ‘386정치인들’입니다. 학생 시절의 신념은 슬그머니 뒤로 버리고 그 운동을 통해 얻은 제 명망을 사용해서 제도 정치권에 들어갔습니다. 세상이 달라졌다느니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느니 이런저런 핑계를 대지만 다 개소리고 그들은 결국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위해 운동을 했던 것입니다. 기분 나쁘게 들리겠지만 10년 쯤 지나면 이 자리에서도 역시 그런 사람이 나올 것입니다.

또 하나는 운동의 종목을 바꾼 사람들입니다. 바로 90년대 중반 이후 급성장한 시민운동입니다. 활동가라면 한눈에도 체제의 바깥에 있는 사람들, 영등포나 구로동에 구질구질한 사무실에서 구질구질한 옷차림으로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이젠 시내 한 복판에 번듯한 사무실에 넥타이를 맨 활동가들이 나타났습니다. 운동의 주제는 근본적인 것에서 시민의 일상과 관련한 것들, 다시 말해서 체제를 넘어서는 게 아니라 체제 안의 문제들을 위주로 했고 시위나 싸움보다는 텔레비전이나 신문 같은 미디어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빠른 시간 안에 대중의 각광을 받습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안티조선운동을 비롯한 언론개혁운동, 정치개혁운동들과 결합하고 확산되면서 결국 정권을 만들어냅니다.

저는 그런 개혁운동들이 갖는 의미를 부인하지 않습니다. 저 자신도 안티조선 운동의 초기에 매우 적극적으로 가담했고 제가 만들었던 아웃사이더라는 잡지는 일종의 좌우 합작이었지만 공동의 적은 조선일보라고 밝히고 있지요. 저는 개혁운동의 진보운동의 일부라는 사실과 기존의 진보운동이 놓치고 있던 부분을 잡아냈다는 사실을 존중합니다.

그러나 저는 동시에 그 운동이 갖는 반동성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그 운동이 여전히 좀 더 근본적인 변화를 좇는 진보운동을 철지난 운동, 관념적이고 비현실적인 행태로 몰아붙이는 부분에 대해 주목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의도하든 안 하든 개혁운동이 ‘오늘의 진보운동’을 자처하는 한 필연적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개혁운동이 진보를 자처하면 한국사회는 보수 대 진보의 구도가 아니라 극우보수 대 개혁보수의 구도가 되고 진보는 아예 무대에서 밀려나버리는 것입니다.

개혁이 세상을 바꾼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개혁은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는 야만과 폭력성을 제거하여'합리화'하는 운동입니다. 세상이 바뀐다고 하는 것은 나쁜 신문이 곤경에 처하고 비리 정치인이 잡혀 들어간다고 되는 게 아니라 세상의 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도 언론이나 정치란 바로 세상의 구조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왜곡이나 비리가 줄어든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이 바뀐다는 건 바로 그 언론이나 정치의 뿌리를 바꾸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경제의 문제이고 계급적 문제입니다. 그 부분에서 한국사회는 민주화와 개혁이 진행될수록 오히려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양극화되고 있다는 건 이젠 한나라당 의원들도 인정하는 일입니다. 노동자들의 생활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그 절반은 비정규노동자고 그 비율은 늘어가는 중입니다. 농업은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포기한 지 오래지요. 그런 문제들은 개혁운동에서 배제되고 촛불시위에서도 배제됩니다.

이런데도 여전히 언론개혁이나 정치개혁이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한다면 초인적으로 순진한 사람이거나 어리석은 사람이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아마 이 학교 안에서는 가장 급진적인 의식을 가진 사람들에 속할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근래 맑스주의가 어떻고 좌파가 어떻고 말하는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자기도 모르게 개혁운동의 최면에 빠져 있는 것을 종종 보게 됩니다.

한국사회는 여전히 파시즘 상태에 있습니다. 새로운 파시즘, 군사파시즘이 아니라 자본의 파시즘이지요. 군사파시즘은 억압과 폭력으로 우리를 다스리지만 자본의 파시즘은 우리에게 자본의 욕망을 심어서 스스로 복종하게 만듭니다. 현재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자본의 매우 충성스런 백성들입니다. 얼마 전 고대에서 일어났던 일과 그와 관련한 반응들은 바로 그 사실을 드러냅니다.
어떤 사람은 고대나 고대학생들의 태도가 “밥그릇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인터넷 신문에 보니까 그 발언을 두고 “직격탄을 날렸다”고 적혀 있던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밥그릇 때문”이라는 말은 속으론 인정하지 않지만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어쩔 수없이 인정한다는 뜻인데 제가 보기엔 그게 아니라 그들은 진짜로 진심으로 이건희를 인정하고 존경합니다. 그들은 이건희와 다른 건 이건희보다 돈이 없다는 것뿐입니다.

노동자 착취와 정경유착과 온갖 비리로 부자가 된 아버지를 둔 덕에 부자가 되어선 다시 온갖 편법을 동원해서 재산을 제 자식에게 상속하는 사람이 한국이 자랑하는 기업인입니까? 노조조차 만들 수 없는, 노동자들의 위치추적을 하고 협박을 하는 회사가 세계적인 첨단 기업입니까? 지금 한국 사람들이얼마나 어려운 시절을 보내는지 뻔히 알면서 프랑스의 스키장을 통째로 빌려서 스키를 타는 인간이 과연 철학을 가진 인간입니까? 그런 인간에게 이 나라의 대표적인 명문대학이라는 곳에서 명예 철학 박사학위를 주려고 작전을 벌이고 그나마 정신이 제대로 박힌 학생들이 현실을 깨우쳐주었는데도 총장은 엎드려 용서를 빌고 보직교수들은 사퇴서를 내고 수천명의 학생들은 총학생회를 탄핵하는 서명을 하고, 이게 대체 정신병원입니까 대학입니까?

그러나 바로 그 모습이 바로 우리의 모습 한국인들의 모습입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건희라는 파렴치한 인간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한국인들에게 더 이상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진지한 고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삼성이라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먹고사는 게 원수라 저런 놈 밑에서 일한다”고 부끄러워해도 신통치 않을 판에, 그런 파렴치한 인간을 왕처럼 떠받들며 노조조차 없는 회사에서 ‘삼성맨’의 자부심에 젖어 삽니다. 참으로 무지한 그러나 돈은 많은 주인 아래서 배불리 먹여준다는 걸 자랑으로 삼는 머슴들이지요. 그리고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그런 삼성맨을 부러워합니다. 대학생들은 삼성맨이 못되어서 안달이 나고 그들의 아버지들은 이건희처럼 살수 없다는 것을 인생의 한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상태, 모든 사람이 자본의 권력에 자발적으로 사로잡혀 있는 사회는 아무런 희망이 없습니다. 탄압받고 억압받아도 정신만은 해방되어 있던 시절보다 스스로 정신을 내어준 시절은 더욱 끔찍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시절보다 나은 음식을 먹고 자가용과 휴대폰을 갖게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더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의 욕망이 인간을 억압하는 걸 넘어 우리 스스로 자본의 욕망에 젖어서 인간성 자체를 파괴하고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살면서 우리가 아이들에게 뭘 가르칠 수 있을까요? 실제로 오늘 부모들은 아이에게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습니다. 오로지 경쟁에서 동무를 누르고 이길 것만을 가르치고 사랑이나 존경조차도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것이라고 가르치지요. 아이들이 그렇게 자라서 엘리트가 된다 한들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요? 돈으로 안락을 살 수 있지만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습니다. 돈으로 박사학위를 얻을 수는 있지만 그 박사학위는 내가 아니라 돈에게 수여된 것입니다.

이건희가 돈이 없다면 누가 그를 존경할까요? 모든 사람이 그의 돈을 존경하는 것입니다. 이건희 씨는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입니다. 여러분 생각을 해보세요. 아무리 돈이 많다고 프랑스에 가서 스키장을 통째로 빌려서 울타리 밖에선 다 보고 있는데 혼자 스키를 타는 사람이 과연 자의식을 가진 인간일까요? 여러분 같으면 쪽팔려서 그렇게 하겠습니까? 정신이 완전히 파탄 난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지요. 그런데 이건희라는 사람은 그렇게 합니다. 대체 얼마나 추켜올렸으면 사람이 그 지경이 되었을까요?

오늘은 5.18입니다. 여러분이 저를 부른 이유도 오늘이 5.18이기 때문입니다. 아까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묵념도 했지만 5월에 죽어간 사람들, 사람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 보여준 사람들이 지금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광주는 처음엔 엘리트 지식인들, 대학생들이 주도했지만 마지막에 가선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떠납니다. 계엄군과 협상을 해서 더 이상의 희생을 줄여야 한다, 헛되게 죽지 말고 힘을 기르자, 이런저런 합리적인 이유를 주장하던 수습파들은 떠나고 무릎 꿇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항쟁파만 남습니다. 그 순간부터 시민군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 순간부터 광주 인민의 군대라고 해야 맞습니다. 항쟁파의 대부분은 평소에 인간 취급 못 받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본 인간으로서 품위가 목숨보다 귀하게 느껴졌던 것입니다. 어차피 인간 취급 못 받고 사는 세상, 하루를 살더라도 인간처럼 살자. 결국 그들만이 인간의 품위를 간직했습니다.

지나간 일, 자신의 삶과 직접 관련을 갖지 않는 역사 속의 사건에 대해 올바른 입장을 취하는 건 아주 쉬운 일입니다. 저는 얼마 전에 아주 진보적이라는 역사학자 한 분이 대학생 시절의 추억까지 끌어대면서 유시민 씨를 두둔하고 나서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체 게바라나 김산을 흠모하는 건 쉬운 일이지만 현실 속에서 체 게바라나 김산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체 게바라나 김산을 흠모한다면 그렇게 살지는 못해도 그렇게 사는 사람들, 현실 속의 체 게바라나 김산을 존경할 줄은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체 게바라나 김산을 흠모하는 우리는 현실 속의 체 게베라나 김산엔 관심이 없거나 그들을 비웃곤 하지요. “어리석고 비현실적이며 관념적인 사람들”이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광주에서 끝까지 싸웠던 사람들을 훌륭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내가 그 상황에 있다면 어떻게 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십시오. 얼마나 많은 고뇌가 있었을까요.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다시는 만난 수 없는 늙은 어머니, 처음으로 입을 맞춘 날의 두근거림이 그대로 남은 애인, 제 목숨보다 귀한 새끼와 영원히 만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일제시대의 독립군들처럼 죽고 나서 존경과 명예가 남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폭도요 빨갱이로 남는 것입니다. 남은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신으로 인해 언제까지 어떤 고통을 겪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과연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끝까지 총을 들 수 있을까요? 그런데 그들은 그렇게 했습니다. 그게 바로 광주의 정신입니다.

여러분들 매일 밤 인터넷에서 활동하지요? 지금 이 나라의 젊은 사람들 대부분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 먹고 나서 인터넷 세상에 들어가 다들 사회평론가로 활동합니다. 바야흐로 온 국민이 사회평론가인 시절이지요. 그러나 마치 세상을 다 안다는 얼굴이지만 그 대부분은 개혁이라는 체제의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을 뿐입니다. 체제는 그들에게 “세상을 바꾸는 네티즌”이라고 부추기고 그들은 다시 “세상을 바꾸는 네티즌들”로서 활동합니다. 오로지 체제가 제공하는 이슈에 매일 밤 메뚜기 떼처럼 몰려다니며 좀 더 근본적인 사회적 모순들을 은폐하는 데 동원되지요.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여러분, 광주의 정신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당장 실현가능한 문제에만 매몰되지 말고 우리가 인간임을 진정으로 증명할 수 있는 문제를 소중하게 생각하기 바랍니다. 지금 당장 아니 설사 내 생애에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이라 해도 그것이 옳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면 그 일에 대한 신념을 버려선 안 됩니다. 중세의 암흑 속에서 근대라는 세상이 올 거라고 누가 상상했겠습니까? 그러나 그 신념을 버리지 않은 아주 적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당대의 사람들에게서 어떤 소리를 들었을지 생각해 보십시오.

바로 “어리석고 비현실적이며 관념적인 사람들”이라고 했겠지요. 그러나 바로 그 “비현실적이며 관념적인 사람들”이 깨지고 또 깨지면서 결국 중세는 무너집니다. 우리의 암흑도 그렇게 무너질 것입니다. 그게 바로 광주의 정신, 진정한 민주주의의 정신입니다.



애국자가 없는 세상

애국자가 없는 세상

                                권정생

이 세상 그 어느 나라에도
애국 애족자가 없다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다 

젊은이들은 나라를 위해
동족을 위해
총을 메고 전쟁터로 가지 않을테고
대포도 안 만들테고
탱크도 안 만들테고
핵무기도 안 만들테고

국방의 의무란 것도
군대훈련소 같은 데도 없을테고
그래서
어머니들은 자식을 전쟁으로
잃지 않아도 될테고 

젊은이들은
꽃을 사랑하고
연인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무지개를 사랑하고

이 세상 모든 젊은이들이
결코 애국자가 안 되면
더 많은 것을 아끼고
사랑하며 살 것이고

세상은 아름답고
따사로워질 것이다



민주주의

"정의로울 수 있는 인간의 능력 때문에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그리고 불의를 행하려는 인간의 경향 때문에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 Reinhold Niebuhr 

사라져 가는 정의..
죽어가는 민주주의... 


Pom Poko 랑 Office Space...그리고 뜬금없는 2MB 에 대한 잡생각들..

강의준비하면서 일본애니메이션인 Pom Poko 랑 헐리우드 영화인 office space 를 봤다.
(Pom Poko 는 스토리 보드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빌렸고 Office Space 는 organizational communication 수업에 필요해서 빌렸다.)

수업에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보느라 중간중간 대강대강 그렇게 봤는데.. 

내 마음이 2MB 대통령 되고 나서 편한 적이 없어서 그런지 만화보면서도 "그래.. 어쩜 2MB 는 너구리가 변신한 걸지도 몰라. 인간이면 저럴 수가 없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다 번쩍 든 생각... 난 무슨 근거로 인간이 너구리보다 낫다고 생각한걸까? 최소한 만화속에 나온 그들은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이라도 했다. 비록 그것 역시 집단이기주의로 보일 수 있지만 최소한 그들이 지키려고 했던 건 인간의 욕심으로 부터 자신의 터전을 지키기위한 것이었으니까...

Office Space 는 조직사회에서 돈을 받고 일 하는 것에 대해 이런저런 (안타까운) 생각을 하게 해주는 영화다. 사람들이 함부로 대하는, 좀 모자란 듯한 한 남자가 날리는 반전도 유쾌하고... 어리버리 해 보이는 사람이 보이는 반전은 왠지 모를 통쾌함을 주지만, 믿었던 이들에게 당하는 건 불쾌한 반전이다. 한국이란 나라에 과연 내가 꼭 들어가서 살아야 할까...  하는 고민을 요즘들어 하는 이유는 작년 대선 이후 한국이란 나라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에게 뒤통수를 너무 많이 맞아서 그렇다.

아.. 괴롭다. 난 왜 이런 영화 한편을 봐도 불쾌한 2MB 와 연결지어서 생각하는 걸까?
아마도 그의 등장으로 내가 그동안 계획하고 당연하게 여겼던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하고 고민하고 수정해서 일지도...
2MB 가 대통령으로 한때나마 있었고 또 그를 뽑은 그 많은 사람들이 있는 대한민국은... 아마도 영원히 예전과 같은 조국의 존재감을 가진 아련한 나라가 될 수는 없을 거 같다.



"우리학교"

재일교포 학생들이 다니는 민족학교에 대한 다큐멘터리인, "우리학교"를 봤다.

나 혼자 울면서 웃으면서 그렇게 한번 보고, 수업시간에 아이들과 한번 더 봤다.

 

생각보다 심드렁한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해 이유를 물어보니 그 친구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이야기란다. 혹가이도에 있는 조선학교에 대한 다큐라는 걸 알자마자 선화가 그러더라. "북한에선 저런 교포학교들 많이 도와줘요."

 

재일교포들의 이야기가 이미 익숙하고 재일교포들이 하는 공연도 본적있는 이 아이들에게 우리학교는 신선한 감동과 충격이기 보다는 다 아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계속 살아왔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재일교포들의 이야기는 그리 익숙한 이야기는 아니다. 고향은 남한이지만 마음으로는 북한에 더 가깝게 느끼는 아이들을 재일교포 아이들을 보며, 그리고 북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낯선 스토리가 아니라는 내 학생들의 말을 들으며, 이곳에서 태어난 내가 참 많이 부끄러웠다.

 

그나저나한반도에 있는 이들도 지키려 하지 않는 민족성을 일본에 있는 그들은 왜 지키려고 하는 것일까? 요즘 내가 느끼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은 너무 하찮고 보잘 것 없는 것처럼 되어 버렸는데.. 이곳에 있는 이들도 우리 것을 지키지 않는데지키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버리려고 하는데우리학교 아이들이 졸업여행을 북이 아닌 남으로 온다면 그들은 과연 이곳을 우리민족이라고 느낄 수 있을까?

 

작품 자체는 유쾌하고 감동적이다. 그리고 긴 여운을 준다. 여러 가지로 생각거리, 고민거리를 많이 안겨주는 작품. 안 보신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DVD 4500 장 찍었다는데 웬만한 곳들은 다 품절이다. 한국독립영화협회 (02 / 334 - 3166)에는 아직 남아있는게 있다고 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구입해도 후회 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살게 된다면

밑에 있는 시는 울 아버님께서 식구들간의 소통을 위해 만들어주신 사이트에 어머님께서 올리신 "다시 살게 된다면" 이란 시다.

처음 이 시를 접했을 때 느낌은... 아 참 좋다.. 였고, 그래서 게시판에 접속할 때 마다 읽었다.
그리고 한 3번정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네브라스카의 수사니까 가능한 내용이 아닐까? 수사가 아닌 일반인이 어떻게 이렇게 살수 있지? 라는 회의감..

그리고 그뒤에 시간이 지나 몇번 더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좀더 열정적으로 살겠다" 고 하면서 이런 삶이 어떻게 열정적인 삶일까.. 하는 의구심..

그리고 다시 읽었을 때 든 생각은, 이 세상에 아파하고 힘들어 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은데 수사라는 사람이 심각하지 않게 가볍게 살겠다는 이런 시나 쓰고 있다니... 하는 한심한 마음...

그러다가 또 다시 읽으니 참 닮고 싶은 마음이라고 느껴졌다.

투쟁하듯 치열한 삶을 아주 오랫동안 동경해 왔고, 사회적 고민과 성찰없이 사는 기독인들에 대한 분노가 최근까지 있었던 내가 (지금도 아주 조금은 있다) 그 당시 이 시를 읽었다면 "아니 어떻게 수사라는 사람이 이런 시를...." 하고 화를 냈겠지만..
신랑님을 통해 새로운 삶의 스타일에 눈떠가고 놀라워 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런 마음이 조금은 닮고 싶긴 하다. 정말 100%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알다시피, 나는 날마다,  매 시간 앞날을 걱정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산 사람입니다."
--> 요건 100% 내 얘기고..

"진짜 어려운 일이라면 부닥쳐 보겠지만,
미리 상상해서 근심거리를 만들지는 않겠습니다."
--> 요 부분은 요즘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부분... 미리 걱정하기.. 내 특기인데 이젠 정말 그만해야 겠당. 하나님을 신뢰함으로...

순간순간을 누리고 살겠다는 부분과, 데이지 꽃을 더 많이 꺽겠다는 부분도 맘에 든다.  생각하면 마음이 참 좋아지고...

하지만 제목에서 암시하듯 이 시의 제목은 "다시 살게 된다면" 이다. 결국 이 수사님은 이렇게 살지 못했던 거다. 그냥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이렇게 살았으면 좋았을텐데" 하고 시를 쓴게 하닐까 싶은데... 그것도 앞으로 이렇게 살겠다는게 아니라 다시 살게 되면 이렇게 살겠다고 쓴걸 보니 나이가 아주아주 많으시거나 큰 병이 걸리시진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막상 이 시에 있는 것 처럼 일생을 살고 나서는 "좀더 치열하게 순간순간을 고민하고 돌아보며 최선을 다해 살겠다" 라는 시를 쓰진 않으셨을지...

암튼 돌이킬 수 없는 것은 돌이킬 필요가 되어선 안되는 법..
그저 "carpe diem"이란 말처럼 순간순간을, 그리고 매일매일을 그렇게 seize 하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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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살게 된다면 - 네브라스카의 한 修士


다시 살게 된다면, 다음 번에 나는
더 많은 실수를 하도록 노력하렵니다.
긴장을 풀고 유연하게, 이번 여정에서보다는
좀더 바보스럽게 살겠습니다.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할 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여행을 더 많이 다니렵니다. 좀더 열정적으로 살렵니다.
등산을 더 많이 하고, 강에서 수영도 더 많이 하고,
석양도 더 많이 지켜보겠습니다.
많이 걸으며 많은 것을 보겠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더 많이 먹고 밥은 덜 먹겠습니다.
진짜 어려운 일이라면 부닥쳐 보겠지만,
미리 상상해서 근심거리를 만들지는 않겠습니다.
알다시피, 나는 날마다,  매 시간 앞날을 걱정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산 사람입니다.
제 나름의 시간도 갖기는 했었지요.
다시 살게 된다면, 그런 시간을 더 많이 갖겠습니다.
실로, 날마다 수년을 앞서 사는 대신으로 나는
그 어떤 것도 아닌 순간순간을 누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나는 온도계, 보온병, 우비, 그리고
진통제 없이는 어느 곳에도 가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다시 산다면, 예전과는 달리 가볍게 이곳 저곳에 가고,
일하고 여행하겠습니다.
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나는 이른 봄에 맨발이 되어
그렇게 늦은 가을까지 지내겠습니다.
게으름도 더 부리겠습니다.
별로 좋은 점수를 얻지는 못할 것입니다, 어쩌다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회전목마를 더 많이 타겠습니다.
데이지 꽃도 더 많이 꺾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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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에 대한 욕구는 삶에 대한 애정이 있을 때만 가능한 것... 남기고 싶은 순간들이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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