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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계획
내일까지 이번학기 성적을 제출해야 하니, 내일이면 공식적으로 이번학기가 끝나는 셈이다. 기말고사까지 다 채점했건만, 아직 페이퍼를 내지 않은 3명의 학생이 있어서 (내일 점심때까지 시간줬음.) 내일이 되야 성적정산을 다 끝내고 제출하고 공식적으로 이번학기를 마무리 하게 된다.

논문때문에 한국에 갔던 지난 여름을 제외하고, 박사과정 들어와서의 여름방학은 항상 일하는 시간이었다. 첫 여름방학은 youth empowerment services 라는, 고등학교 자퇴생들이 다양한 교육을 받는 곳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을 가르쳐서 미국와서 처음으로 다니는 학교가 아닌 외부에서 돈을 벌어봤고, 지난 여름은 연구실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돈을 받았다.
내 인생의 길을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국에서의 지난 여름을 거쳐 이번 방학은 다시 예전처럼 필라에 있는다.

이번 방학은 사실 그 어느때보다도 일할 거리가 많은 방학이다. 지도교수님이 펀딩이 차고 넘치는 3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돌리게 된 것.. 풀타임으로 일 할 수 있는 일들이 여러개가 생겨서 우리 연구실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을 골라서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난 이번에 빠지기로 했다. 지난 일년동안, 내 티칭과 연구실 프로젝트에 치여 진도가 나가지 않은 논문때문에 여름에는 논문에만 집중하기로 결심한 것... 사실 요즘같이 힘들때에 일자리가 있는 것만도 감사해야 하지만, 도저히 안되겠기에 오빠랑 상의하고 지도교수님과 상의한 결과, 이번 여름은 논문 쓰는데 바치기로 했다.

하지만 여름에 논문만 쓴다면 생활비는? 어쩔 수 없이 신랑님을 생활전선에 내몰기로 했었다.

연애는 뜨겁게 해도 결혼은 안하겠다고 맘 먹었던 내가... 하더라도 35은 지나야 하겠다고 큰소리 뻥뻥치고 다니던 내가, 결혼이란걸 결심하고 나서 했던 많은 생각중 하나는, 돈은 내가 벌어도 상관없으니까 살림을 잘 하는 남자였음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난 어렸을 때 부터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자신없고 하기싫은게 살림이다. 그중에서도 부엌일. 부엌에 일정시간 있으면 토할거 같고 어쩔때는 뛰어나가 벽돌이라도 나르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때도 있다. 내가 이렇게 집안살림에 대한 거부감은 여러 환경적인 요소에서 비롯된거 같은데 그건 나중에... 암튼 언젠가 부터 부엌일을 직접하느니, 돈을 많이 벌어서 도우미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고 말겠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으니...

암튼 한국에서 회사 잘 다니고 있는 남편님이 미국까지 와서 대학원도 다니고, 요리 못하는 아내를 위해 부엌일을 도맡아 하는 이 상황속에서 (정말 못하는 요리가 없음... 최근에 한 요리만 해도 나물무침, 육계장, 모밀국수, 낙지볶음, 닭갈비, 제육볶음, 신당동 떡뽂이, 수제비, 쫄면... ) 최소한 울 신랑, 돈걱정은 안하도록 내가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자는 맘이었는데,  울 신랑, 석사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학기부터 assistantship 을 받고 있다. 난 조교할때 채점만 했었는데, 이 사람은 심지어 Lab 에서 강의도 한다. 얼마나 잘하는지, 오빠랑 일하고 있는 교수님은 담학기에도 꼭 울 신랑이랑 일하고 싶다고 학과장에게 따로 부탁까지 했단다. 
덕분에 내가 버는 돈이랑 신랑이 버는 돈을 합쳐서 학기중에는 큰 부족함 없이 잘 살고 있다. 하지만 방학때 내가 일 안하기로 결정하고, 오빠가 받는 assistantship 도 학기중에만 받는 것이기 때문에 여름에 버티려면 오빠가 뭔가라도 해야 했다. 결국 학교 전산실 등에서 잡일이라도 하려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었는데...

세상에... 갑자기 방학때 조교일을 하라고 오빠에게 제의가 들어왔다. 계절학기때 조교를 하면 좋은게, 한 학기동안 받는 돈을 짧은 시간에 몰아서 받는 다는 것~ 아!! 이렇게 우리의 먹을 것을 하나님께서 또 채워주시는구나... 오빠랑 좋아서 둘이 방방 뛰고 난리도 아니었다.  

원래 신랑이 내 덕을 보면 봤지 신랑이 벌어주는 돈 그냥 쓰는 여자는 되지 말자 했는데, 이렇게 내 수입이 없을 때 신랑이 돈을 벌어준다고 하니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왠지 신기한 기분? 오빠가 한국에서 회사다니면서 벌었던 돈은, 내가 생활비로 사용한 적이 없어서 아무런 감흥이 없었고, 지금까지 미국에서의 수입은 아무래도 내가 더 많이 버니까 오빠가 벌어오는 돈은 추가비용같은 느낌이었는데, 이번 여름은 오빠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렌트도 내고 장도 보고 맛있는 것도 사먹을 거라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림하는 여자들 기분이 이런걸까? 난 살림을 안하니 뭔가 다른 기분이겠지?

암튼, 방학때에도 학생들에게 시달리며 고생할 울 신랑에게 고마운 맘을 갖고 열심히 논문 써야 겠다.

오빠, 수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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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에 대한 욕구는 삶에 대한 애정이 있을 때만 가능한 것... 남기고 싶은 순간들이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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